뜬금없을때


뜬금없을때가 있다.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가 물같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을때가 있고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집에만 있다가 자고 일어 났을뿐인데 감기에 걸려 아플때가 있고

한글자도 읽기 싫어 눈앞에 보이는 글씨가 춤추다가 하루는 눈에 보이는 글씨마다 읽어버려야 직성에 풀리는 날이 있고

귓가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소음같이 느껴질때가 있고 어느날은 귓가에 다가오는 모든 소리를 담고 싶을때가 있고

어린시절 그렇게 그만 배우고 싶던 피아노가 문득 떠올라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 무엇도 하기 싫고 침대에 그냥 누워서 천장만 봤으면 좋겠다가

다음날은 뭐든지 해보자 뭐든지 할 수 있다 다짐하며 열정이 넘쳤다가

채 삼일도 못가서 하루만에 시들시들해져 무기력 그자체로 산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때도 있고 허전함에 그 무엇도 마음을 채워주지 못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배부른지도 알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막 먹어대기도 한다.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하는 모든것들이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맘에 와닿아서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날도 있고

또 모난 얼음조각처럼 마음이 차가워져서 다가오는 모든 것을 막아 세우고 감흥이 없다.


뜬금 없을때가 있다. 뜬금없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이래저래 어디에 마음을 두고 지내야 되는지 모르겠어서 오락가락하며

그냥 요새 나는 뜬금없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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