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지내니? 아프진 않고?'


기성품이라도 된듯하게 대량 보급되어

이 사람 저 사람 저마다 사이좋게 메세지, 전해지는 인삿말에서 똑같은 글자, 소리가 되어 도장 찍혀 온다.

각각 이름도 성격도 외모도 다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마음으로 묻는다.


이제 흔하디 흔해진 남아도는 말의 무게는 점점 더 저렴해지고 가벼워져

흘러가는 유행가 가사처럼 혹은 반사적으로 나오는 리액션 처럼 공중에 두둥실 뜬다.

귓가에 채 닿지 않고 마음에 와닿지 않은 말들은 의미를 잃고 

그저 그런 그냥 소리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져 부서져버린다.

의미와 진심을 담지 않은 말은 그 자체로 홀가분하다. 홀가분해져서 사라진다.


발단이 된 말들은 다른 절정을 기다리며 사라져 져야 하는 운명이다.

나의 대답을 듣기전에 너는 이미 다음 말을 고르며, 또 생각하며, 

부드럽고 자연스런 변화를 꿈꿀 것 이다.

'잘지내니? 아프지는 않고?'라는 이 말이 현재에 머물수 있는 시간은 짧다.


잘지냈었다고 하길 바랄까? 아님 못지냈다고 하길 바랄까?

아파 보여서 그런 걸까? 그럼 그래 맞아. 아팠는데 이제 괜찮은 것 같다고 하면 될까?

어느 쪽이든 너가 원하던 답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이내 닿는 생각은...

근데 진짜 궁금해하긴 했을까?


진짜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진심이 담긴 말을 말이 아닌 침묵이라도 나는 진짜가 좋다.

그렇게 적선하듯, 버리기는 아까워서 얹어주는 관심은 됐다. 사양한다.


차마 너에게 내 진심을 솔직하게 내보이지 못하고, 그렇게 되묻지 못한 말들을 또 속으로 삼킨다.

오늘도 나는 너를 배려하느라 아님 괜히 미움을 사기 싫어 착한 거짓말을 해야하는 운명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리없는 저항은 다음 말들을 막아 세우고 

흩어져 가는 말들을 현재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 

그래서 억지로 말의 무게를 늘려보는 것.

그것 밖에 없다. 


침묵뿐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멈춰놓았다가 속으로 땡 하면 그제야 나도 뻔한말.

'뭐 그냥 그렇지' 

나도 진심을 담지않는다.


간혹 뻔한 말들이 듣기 싫을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것 뿐이다.


안부인사 일뿐인데, 의미를 더 두지 말자하면 될 것을

관대해지자. 푸념은 말자.

'순간의 기억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인가를 유지한다는 것은.  (0) 2015.07.18
삶에도 연비가 있다면,  (0) 2015.07.02
바야흐로 여름.  (0) 2015.06.18
신이 나를 만들때.  (0) 2015.06.11
뜬금없이 살고 있다.  (0) 201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