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라디오 | 지은이. 정현주 | 소모 somo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책에서 소개됐던 소모.

'그리고, 사랑'의 정현주 작가.

자주가는 블로그, 친구 홈페이지... 여기저기서 간혹 볼 수 있었던 '스타카토 라디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를 읽고 나서 소모의 블로그를 찾아보았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책이 나온지도 꽤 되었으니,

그 곳의 두 창업자들이 또 어떤 책을 냈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들의 기록과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나를 맞이 했던 글은 '스타카토 라디오' 재판매 시작 이라는 글이었고,

글을 보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스타카토 라디오'는 내게 읽혀져야 될 운명이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가 있던 위치로는 당일 배송이 됐었는데 집은 당일 배송이 안되서 어쩔수 없이 1박2일을 기다려야 한다.

책을 기다리다가 설레임을 느끼기도 하고, 앞으로 읽어 나갈 책의 순서를 매겨보곤 한다. 

근데 문제는 한번에 여러권 씩 구입하는 속도가 읽어 나가는 속도를 앞서나간다는 데에 있다. 

난 충동적 인간이다. 그때 그때 더 당기는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이 오기 전인 바로 어제만 해도 안그랬는데..오늘이 되면 변덕스럽다.

그렇게 굴러온 책이 원래 있던 책들을 밀어내고 먼저 읽히기도 하고, 순서가 재조정 되어 책꽂이에서 대기 신세가 되기도 한다.


머리가 복잡하던 찰나였다. 그래서였을까? 이번에도 원래 정해 놨던 순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책이 오자마자 난 곧바로 '스타카토 라디오'를 집어 들었다.


"소모는 웃을 '소'에 얼굴 '모', 웃늘 얼굴이에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웃었으면, 재미있어서 웃고, 공감돼서 웃고, 혹은 짠해서 웃고, 꼭 한번은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라고 했었다. 

소모의 책을 처음 접하는 것이지만, 창업자들은 이 책으로 자신들의 말을 증명하고 있는듯 했다.

소모라는 뜻을 책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책의 리뷰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소모의 블로그에서 '스타카토 라디오' 책 소개를 찾아봤는데 이런 말들이 써있었다.


스타카토와 같은 경쾌한 구성의 에세이 + Daily Novel!

"단편단편 콩트 같은 에피소드와 다섯편의 daily novel이 펼쳐내는 유쾌하고 진지한 읊조림"


살아가면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 혹은 대화가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한밤중 문득 밤의 공기가 너무 달콤하여 누군가와 그 기분을 공유하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새벽녘 잠들지 못한 외로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간절해지는 시간도 있습니다.

아침의 상쾌함도 낮의 유쾌함도 나눌 때 더 배가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럴 때면 라디오의 버튼을 누르고 주파수를 고정하곤 합니다.

디제이와 아주 사적인 관계를 맺은듯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감정을 소통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할 테지요.

오직 나 한사람을 위해 "기운내세요"라고 말해주진 않지만

늘 소통하고 있으니 외로워 마요. 라고 다정스레 이야기를 건넵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합니다.

저자는 다만 이야기를 할 따름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공감하고 웃게 만드니까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전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난 책을 읽으면서 편안했고, 덜 심각할 수 있었으며, 충분히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의 표지부터 따뜻함이 느껴지던 책은 사진과 그림과 글로 그 따뜻함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았다.





한발 늦는 것이 때로는 영원히 늦는 것일 때도 있다. (p23)


시간의 여유가 더 생긴것은 아니다. 다만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끼니까 시간을 내서 잘 있는지 살핀다. 내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가 필요한 것을, 내가 주고 싶은 때가 아니라 그가 필요로 하는 때에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예쁜 화분에 심어주는 것보다 생긴 모습 그대로 편안히 뿌리내리도록 배려해야 했다. 화초를 키우듯 사랑하라는 말의 뜻을 배워가는 시간. (p23)


밤이 되면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다. 조명은 다 꺼두고, 스탠드 두어개만 켜둔 채로 음악도 듣지 않는다. 오직 책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책장 넘기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되면 밤은 시간이 아닌 공간이 된다. 노란 백열등 불빛과 따스한 어둠이 나를 안아주는 공간. (...) 담요로 온 몸을 감싸고는 쓱쓱 소리를 내며 책장을 넘기는 밤은 정말이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머무는 공간'. 밤은 어린 시절 다락방 같은 나만의 아지트다. (p29)


한 때는 치열해야만 안심이 됐다. 일이 쏟아지고,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대야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 채우지 않으면 내놓을 것도 없다. (p31)


살아온 시간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만 그렇다고 나이에 눌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 (p40)


스스로까지도 속이며 살고 있다니. '아닌 척'하며 살아가는 게 싫어졌다 - 그냥 한번 날 것으로 부딪혀보자. 솔직하게 할 말은 하며 살자 싶어져 조금씩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친구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내 친구들은 늘 당당했고 무척이나 쿨했다. 그랬는데 알고 보니 정말이지 전혀 쿨하지 않았다. (...) 쿨한 척해봐야 쿨하지 않다. 대개는 다 그렇다는 것들을 알게 된 나는 조금 더 당당하고 약간은 뻔뻔해졌다. (...) 나는 이렇게 쿨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금 더 쿨해졌다. 아무리 그런 척해봐야 사람이란 진정으로 쿨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 내 솔직한 친구들 덕분에. 

노희경이 <굿바이 솔로>에 썼던 대사.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120퍼센트 공감이다. (p55, 57)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해매는 것쯤은 걱정 없다.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지만 뭐 어떤가.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불안해하지 말고 이 길을 충분히 즐기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p62)


분명한 사람이 좋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제대로 얻어낼 수 있는게 아닐까. 늘 어디로 가는가. 가야 하는가. 가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끔은 지향 없이 '살아져서 살아가는' 날들이 오기도 한다. (p70)


혼자 있는 것 만큼 안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부딪히고 껍질이 까지고 나면 속살이 마주 닿고 서로 통하게 된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도 알것도 같다. (p79)


독한 여자라고들 했지만 남보다 더 단단한 껍질을 가졌다면 그건 속이 평균보다 더 무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p135)


긴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그날의 기억을 원고로 썼다. "누구에게나 화장실에서 숨어 우는 시간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이었는데 많은 청취자들이 나도 그랬다고. 방금 울고 들어왔는데 내마음을 어찌 아냐며 답을 보내왔다. 결국 모두가 똑같았다. 누구나 다 화장실에서 숨어 울며 어른이 되고 선배가 되고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p135)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적이 생길 때가 있다. 비겁한 태클이 들어오면 똑같이 복수해줄까 생각도 했지만 대신 이렇게 생각했다. - 선한 방식으로 이기자. (p137)


아이들이 그네 타며 깔깔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러게. 행복은 저렇게 단순한 것이지. 사는 일이 한결 심플하게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난다. (p175)


아무리 뒤져봐도 마음 나눌 사람 하나 없고 입이 아프도록 수다를 떨어봐도 결국 그는 그이고, 나는 나인 채로 대화는 끝이 났으며 분명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왜 뜻은 통하지 않는 것인지 돌아서는 가슴 공허하여 이제 남은 인생 이렇게 헛헛하여 어찌 사나 애잔한 기분이 드는 날. 세상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으나 혼자만 품고 있기에는 너무 무거운 비밀과 외로움에 관하여 차라리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p211)



스타카토 라디오 staccato radio
국내도서
저자 : 정현주
출판 : 소모 20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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