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김정래, 전민진 | 남해의 봄날





책 보다 출판사를 먼저 접해 점차 관심이 발전된 계기로 책을 구입하게 된 경우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서울도 파주도 아닌 통영에 위치한 '남해의 봄날'이라는 이 출판사의 이름에서 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남해의 봄날 책 중 나는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와 첫 만남을 갖게되었다.

첫 만남의 첫 인상은 감각적 이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편집 부문 대상을 받은 책이었고,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책 표지나 사이사이 들어 있는 사진을 작업한 포토그래퍼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배했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 사이에서 선택을 위한 답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는 다면 차라리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작은 회사를 선택해야 되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너무 허황된 미래를 꿈꾸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기의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이고,

그들이 선택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가 표면적으로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작은 회사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좋은 의미의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작은 회사가 책에서 처럼 모두 훌륭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러니 그들이 이런 좋은 작은 회사들과의 만남에는 어느정도 운이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좋은 범주의 작은 회사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테니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알 수 있는 문제겠지만 회사는 어디나 비슷하게 회사를 느끼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일과 회사의 선택과 만족은 가치의 방향이 나타낼 것이다.


책을 읽는 중에는 이런 생각들로 솔직한 마음으로 이 책이 너무 좋다거나 추천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추천 받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얻고자 하는 해답을 생각하며 책을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망 할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혹여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전개될 책 내용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훌륭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얘기가 어쩌면 너무 바르고 좋아서 뻔하게 느껴 졌던 것 일 수도 있겠다.


책을 다 읽어갈 무렵 책의 마지막 저자들의 에필로그 내용에서 드디어 나는 가장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마침내 내 생각을 정리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때로 나에게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라고 채찍질하기도 했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토닥이기도 했다. 그들을 통해 나를 만나는 일이 때론 즐겁기도 했고, 때로는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좀 더 단단해 졌다고 생각한다. (p301)


'그들이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이 아주 다양했다. 그런데 그래서 재미있었고 의미 있었다. 나의 가치나 생각과 다른 이야기도 많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최대한 이해하고 싶었다. 그들은 오늘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나름의 소중한 가치를 따라서.' (p304)



내가 만약 책을 추천 한다면, 

이 책을 저자들이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관점으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위에서 내가 말했던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을 수도 있는 오해를 말해주고 대신에, 

책을 읽으면서 일과 일하고 싶은 회사를 소신있게 선택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발견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책에 대한 만족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일과 회사를 선택 하기 위한 생각들을 위한 조언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 들을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대부분은 생각해보기전에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의 방향과 한방향에서 생각을 하고 생각하기를 강요받고 조언을 듣기 때문이다.

뒤돌아 보면 자신이 한 생각들이 사실은 자기의 생각이 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끝없이 물음표를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일과 회사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했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생각하기를 포기했거나, 나름의 정리된 생각들이 있지만 

선택한 일과 회사에서 만나게 되는 난항들때문에 계속되는 어려움을 느끼는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글 귀 처럼 

마음의 위안과 위로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가치를 가진 책이다.




진짜 나의 일이라는 게 애초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쉽게 찾아지지 않는 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조차 끊임없이 변화하니.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내가 서있는 자리'를 '내 자리'로 만드는 물음표와 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p8)


그러니 제가 가장 자유롭다고 느끼는 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가끔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때는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그저 먹고 사는 데서 오는 고단함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죠. 하다못해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 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돼요. 이렇게 제 목표와 일상. 저의 일이 한 방향으로 일치해 가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자유죠. (...) 자유라는 건 그저 나의 생각과 취향, 행동에 대해 제재받지 않을 권리라 생각했었다. 작은 회사의 분위기가 자유로울 가능성은 많지만 '작은 회사=자유로움'이라는 수식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p35)


일의 동기와 출발이 스스로에게서 시작된다는 것만큼 좋은 업무 환경은 없을 것이다. (p53)

 

이야기를 듣다 보니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었다. 있어야 할 자리와 있고 싶은 자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비결은,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정답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p56)


내가 작은 회사 안의 작은 회사라는 생각이 저를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작은 회사 안에서는 내가 어떤 작업물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p81)


스스로 재미있는 조직은 작다고 주눅들지 않는다. (p82)


그래서 그는 '작은' 회사라는 표현을 '깊은'이라는 말로 대체하고 싶어했다. 그의 꿈도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의 꿈에 대해 들으며 나는, 자기가 속한 분야 안에서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아무리 창의적인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개인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특성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 개인이 스스로 깊어지고 창의적이 될 때 조직도 함께 변화할 수 있고, 조직이 스스로 창의적이려 할 때 구성원도 창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p82)


그는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는 자신의 모습보다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그곳에서 무슨 일을하고, 어떤 경험을 하며 인생을 보내느냐에 회사 선택의 기준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p103)


나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나. 지금 나의 삶이 그 가치를 향하고 있나. (p104)


그런데 사실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까지는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봄과 여름의 경계, 그 어디쯤이 아닐까? 봄의 설렘도 없이, 여름의 분명한 색깔도 없이, 낮과 밤의 일교차를 묵묵히 견디며 조금씩 푸르러지고, 조금씩 무성해지고, 조금씩 단단해지는 그런 시기, 아직은 이룬 것도 모은 것도 없어 때로는 어리광 피우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나이 들어 참는 것이 맞다 생각하게 되는 그런 나이. 하지만 결국 그 시기가 여름의 짙은 초록빛을 만들어 내듯이,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까지의 삶 또는 일에 대한 고민과 인내가 인생의 정점을 만들어 주는 것도 같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정점은 화려한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그간 생각하고 꿈꿔왔던 것들을 자신의 빛깔로 조금씩 이루어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p142, 143)


차츰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속 만족하지 못하고 '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거야'하는 생각만 하고 지내면 무협지의 조연밖에는 될 수 없어요. (...) 자신을 일하게 하는 원동력을 '주인 의식'이라 꼽는 그였기에 말할 수 있는 날카로운 대답이었다. (p175)


그가 말한 것처럼 삶이 '내 색을 찾아가는 과정', 내가 속한 곳에 '내 색을 입히는 과정'이라면 이제 조금 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여러 갈레의 길을 성실히 찾아 나서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더 즐겁고 행복한 진정한 색을 발견하고 싶다. 비록 그 길이 힘들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찾아가며, 즐겁게. (p177)


본인의 최종 목표가 중요해요. 요즘엔 더 이상 첫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처음엔 다음으로 가기 위해서 본인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을 택해야죠. (p242)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나에게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라고 말하던 선배들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평생 함께하고픈 일을 찾아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의 모습이 내 선배들이 나에게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분명 달랐다.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열정적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 숙명적으로 맡은 일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진짜 좋은 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방황해야 할지. 무엇이 진정 옳은 답안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내가 마음으로부터 깊게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그와 같이 이것저것 재지 않는 부지런한 걸음으로, 그만 방황을 끝내게될지, 계속 방황하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p270)


기둥에서 처음 가지가, 그 다음 가지가 어떻게 자라났느냐에 따라 나무의 모양은 완전히 달라진다. (...) 사람도, 사람이 살면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리고 그 가지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고, 삶은 의미 있는 것 아닐까? 다양한 나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무리 지어 또는 홀로 주변을 아름답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p304)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국내도서
저자 : 김정래,전민진
출판 : 남해의봄날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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