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pence) | 서머싯 몸 | 송무 옮김 | 민음사



제목 해설

달과 6펜스: 서로 다른 두 가지 세계,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

- 달: 흔히 상상의 세계나 광적인 열정, 영혼과 관능의 세계,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

- 6펜스: 돈과 물질의 세계, 천박한 세속적 가치,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

(책 표지 그림: 고갱,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책을 읽고 나서..

종종 달과 6펜스에 대해 언급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을은 설명하고 있었는데 어떻게는 없었던 너무 뻔하디 뻔한 내용 전개를 가진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결국 중간에 책을 접고 책꽂이에서 달과 6펜스를 집어 들었다.

늘상..기대가 크면 왜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건지.

이상과 현실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기에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대박은 아니지만 반짝 히트 상품 정도의 깨달음은 줄 것 이라고..

글쎼..고개를 갸우뚱 한 채로 책을 끝까지 읽은 느낌이다. 

읽고 난 후의 마음이 어쩐지 개운치 않고 찝찝했다. 어쨌든 끝까지 읽긴 읽었다.

나는 책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지 못했고 책이 주는 메시지에 설득당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지극히 현실주의자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유독 읽는 속도가 처졌다. 

한페이지를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은 다시 되돌아가 읽고 또 읽고 한 적도 많았다.

읽는 내내 조금은 불편하고 반대되는 생각들은 책의 마지막 작품 해설에서 대부분 언급해 주었는데도 

그래도 난 여전히 대부분 이해 할 수 없었다.

스트릭랜드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보다 조화롭게 살아가며 설득력있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텐데..

이해와 반감의 양가 감정이 충돌되는 것을 넘어서서 반감이 우위를 점 할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특히나 책에서 묘사하는 여성상이나 인종 차별적 서술에 대해서는 시대의 분위기인지는 몰라도 불편했다.

작가가 보다 강렬하게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물 설정이나 소설적 장치를 극단적으로 가져갔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개인의 목적이나 꿈을 성취하기위하여 타인이 받아야되는 피해나 감수해야할 희생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어찌됐건 스트릭랜드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아침에 모든것을 버리는 결단력과 용기를 가진 인물이며

현실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죽음을 앞둔 병에 걸려서도 진리를 계속 탐구하는 등의 

천재 예술의 고집스러운 삶의 방식에서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면에 처자식을 하루 아침에 버리고 떠나고 이후 가족에 대해 언급하는 태도나 

자신이 아플때 도와 주었던 스트로브 부부를 멸시하고 블리치를 자살까지 내몰고도 책임이나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에는 스트릭랜드의 삶의 방식을 이해 시키려는 많은 두둔적인 해설들이 존재하지만 

그저 합리화하기 위한 핑게일 뿐이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나 이유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간접적인 상황에서 어느 경우에서 보여졌던 이기심과 책임감의 부재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그래도 천재적인 예술가의 탄생을 위해 부수적인 피해는 감수해야 된다면 할 말이 없다.


초반 스트릭랜드의 이상행동이 서술 될때만해도 행동에 근거가 되는 이유들이 중후반에는 서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됐다. 

그렇기에 공감을 받지 못했음에도 책에 흥미를 읽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갈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책의 결과는 자신의 모든것을 소진시켜 버린 에술가의 유작과 사후 천재 예술가로 추대 되는 허한 결과만 남겼다. 

죽고 난다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용두사미겪으로 책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삶에서 현실과 이상사이의 조화로운 인간상을 꿈꿀수는 없는 것일까?

작가가 6펜스로 가는 달나라 여행이라던지.. 아님 달에서 6펜스 줍기라던지..

이런 제목으로 내용을 써줬으면 좋았을 텐데 ㅎㅎ 하긴 그럼 명작이 안됐겠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나는 이책을 적극 추천할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을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조금 아쉬다기보다 안타까운 책이었다.


+ 아이러니하게 책 감상평을 쓰다보니... 의외로 공감가는 구절이 꽤 많았다. 현실을 잘 표현한 문장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당분간 고전은 쫌 쉬어야 겠다. 달과 6펜스를 보고 나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 ㅎㅎ




대부분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그 무렵에도 강했던 내 타고난 기벽 떄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삶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잘 정돈된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내 혈기는 좀더 거친 삶의 방식을 원해다. 그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는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더 모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 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p36)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로서 그 안에서 그것에 의지해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는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이게 마련인데 그들 역시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치 몸 안의 세포들 같았다. (p37)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56)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 (p75)

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을 남들이 자신의 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 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p76)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 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오앙이 매로 어깨를 때릴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p77)

난 과거를 생각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p112)

사랑에는 또한 약한 것을 알아차리는 마음,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 잘해 주고 싶고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이기심을 다 떨쳐버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걸 몹시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겸양이 존재한다. 사랑은 몰입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머리로는 알지 모르나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사랑에 감상이 전혀 배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p160)

작가는 악당을 만들어 내면서 자기 안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본능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가 창조해 낸 인물에 살과 뼈를 부여함으로써 작가는 다른 식으로는 방출될 수 없는 자신의 본능에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의 만족이란 하나의 해방감인 것이다. (p198)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처럼 사람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p206)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p211)

어떤 일을 시도해서 그걸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 생활은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야심에 물들 일도 없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해봐야 그건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런 자부심뿐이고요. 악의를 가질 일도 없고, 부러움으로 속상해 할 일도 없어요. 아, 정말이지, 선생, 사람들이 신성한 노동이다 뭐다 하는데 그건 헛말이에요. 하지만 내게는 그게 아주 절실한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p279)


달과 6펜스
국내도서
저자 : 서머셋 몸(W. Somerset Maugham) / 송무역
출판 : 민음사 2000.06.2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