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 이석원 산문집 | 달


책의 표지부터 노란색으로 특유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 책이었던 보통의 존재.

펴낸곳이 달이고 펴낸이가 이병률로 되있어서 낯익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그 이병률 작가였다.

암튼..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며 책장에 고이 장식 되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우선 작가가 언니네 이발관 소속의 뮤지션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나는 잘 모르는 뮤지션이 책을.. 그것도 이렇게 인기 있는 책을 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2판 27쇄이니...장난아니다.)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산문집이니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적인 이야기일거라고 나름 책 내용도 추측해봤다. 


그러나 실제는 처절했고, 적나라했으며, 우울했고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일부분에서 공감가는 얘기들도 있었고 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의외의 면도 있었으며

일부는 다르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솔직해서 놀랐다.

주제별로 짧게 짧게 이어지는 책 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수가 없었다. 

쉽게 읽을수 있을것 같은데.. 자꾸 내가 주체가 되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친구에 대한 생각이나..엄마에 대한 생각이나.. 집에 대한 생각이나..두얼굴... 이런 에피소드들은

내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시시때때로 맞아 나도 그래. 아니 나는 안그래....이렇게 말하도록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유쾌한 기분은 아닌데.. 위로와 안심을 받은 느낌이다.

뭐라고 표현 하기 힘든 기분이 들어 표현할 방법이 없어 잠시 멍하게 있게 된다.

 



사람이 일평생 유년의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리움에 젖어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으로만 보면 불행일 것이고,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또한 행복일것이다. (p70)

마음의 노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앗아가 현실밖에는 남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p78)

어른, 자신에게 선물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p85)

현실은 고통스럽고 꿈속의 사막은 달콤하다. 그렇기에 나는 사막을 꿈꾸는 노래를 짓고 부른다. 고통이 아니었던들 내게 평화로운 삶 같은 것들이 의미를 가질수 있었을까. 생의 중요한 것들이 이처럼 고통 속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이 내겐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 (p93)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p111)

역시 조언이란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p118)

인생이 내 편을 만들어가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난 히딩크가 되진 못할 것 같아. 그러기에 난 너무 더디고 또 많이 서툴거든. (p139)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p268)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p296)

행복 중의 으뜸이 바로 평범한 행복이다. 왜냐하면 삶이, 세상이 우리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일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 당신의 인생은 안타깝다. (p297)

누구에게나 밥벌이는 지겹다. (p298)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마. 고민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만 그런 건 아니야. (p319)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법은? 없다. (p327)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하나둘 포기해야 하는 것이 그만큼 늘어남을 뜻하고 결국엔 그렇게 커져가는 빈자리를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p351)

바깥 세상에 나가는 것이 싫어 전쟁처럼 자기 자신과 싸우며 미루고 미루다 죽지 못해 나가기 때문에 늘 지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었다니. (p363)


보통의 존재
국내도서
저자 : 이석원
출판 : 달 200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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